듣기 거북한 말

Posted 2007. 1. 29. 00:23
올블에 들렸더니 청와대 블로그 글이 실시간 인기글에 올라와 있더라. 터놓고 이야기하자면서 지난 4년 동안의 한나라당 비협조가 민생파탄의 원인이라는 듯이 표현해 놓았더라. 이게 대화하자는 사람의 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정치인 것은 알겠다. 뭐 두 정치 집단이 치고 받는거야 늘상 있는 일이니 그렇다고 하자.

청와대 블로그에서는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이 거슬렸다고 하는데 나도 청와대 블로그를 보면서 거슬리는 것이 있다. 아래와 같은 부분이다.

지난 4년 동안 수출을 2배로 늘려놓고, 주가를 2배로 높여놓고, UN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방폐장 등 십수년, 20년 이상 묵은 과제들을 해결해 놓고 결론을 지었다. 우리가 어차피 가야 될 한미FTA 문제는 협상을 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보낸 4년인데, 그게 잃어버린 4년이라고 한다면 무슨 논거로 말씀하시는 건지 실로 의문이다.
from 민생 걱정한다면 한밤중에라도 대통령 만나야 하지 않나

수출이 두 배가 된 것은 맞다. 근데 그 속을 좀 들여다보자.

연간 수출규모 200억달러를 웃도는 수출대박상품도 지난해 3개에서 올해 5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00억달러였던 반도체 수출은 350억달러로, 자동차는 295억달러에서 320억달러, 무선통신기기는 275억달러에서 270억달러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선박과 석유제품이 각각 210억달러 수출을 기록하게 돼 수출 효자품목이‘빅3’에서 ‘빅5’로 늘어날 전망이다.
from '수출 코리아' 다시 힘찬 비상
반도체, 자동차, 무선(휴대폰), 선박, 석유 이 다섯 분야의 수출액을 합치면 대충 2006년 수출액의 반토막이 나온다. '높여놓았다'고 말했지만 기실 높아진 것은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 4년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참여정부는 삼성에게 참 고마와해야 할 것 같다. 뭐라도 할 말을 만들어 준 건 삼성이니까.

어쨌든 수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고 폭락한 IMF 시절 주가와 비교한 것이지만 주가가 오른 것도 맞다. 근데 왜 못 살겠다는 소리가 나오나?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그게 양극화 때문이란 거 모르는 사람 없다. 참여정부가 자신의 치적이라고 내세우는 일들이 양극화 해소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민생문제에 대한 변명을 하려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야기했어야 한다는 거다. 장미빛 단어 몇 개 나열한다고 그게 다 먹히는 건 아니다.

대개의 국민은 IMF의 원인이 무엇이었고 한나라당의 원죄는 무엇이었는지 안다. 그걸 몰라서 한나라당과 이명박씨가 지지율 1위인 건 아니다. 문제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꼴통 보수신문들과 대립각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는 지금 청와대가 그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거다. 지난 4년이 1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고 그에 대한 응징을 계획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여당도 그걸 알기 때문에 신당 만들자는 소리가 나오는 거 아닌가. 그 반사 이익이 진정한 지지라고 믿는 멍청이들도 가끔 보이지만 한나라당도 잘 아는 사실일거다.

청와대 블로그(나아가 청와대 브리핑)를 운영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청와대 블로그는 세금으로(그것도 많은) 운영되는 곳이다. 한나라당이나 조중동과 개싸움하는 데 쓰라고 세금 내고 있지 않다. 남은 임기 일년,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라도 민생, 그러니까 점점 심해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근데 오늘 올블에 올라온 청와대 글을 보니 선거 올인일 것 같다. 그래 민생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나. 선거는 관련이 있어도 아주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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