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과 트랜스포머

Posted 2007. 7. 1. 13:29

트랜스포머가 역대 최고의 관람 평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입소문만으로도 그 비주얼이 평범한 사람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겠더라.

이런 류(?)의 영화에 양념처럼 따라 붙는 극과 극의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지적 허영이 충만한 시절에 읽었던 영화비평 원론서가 생각나서 글 하나 긁적인다. 에디슨이 만든 활동 사진(vistascope)을 보고 기자가 적었다는,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선 영화평론이라고 할 문장이 '모두 진짜 같았다'로 끝난다는 사실과 토키 영화가 등장했을 때 당시의 많은 영화 비평가들이 무성영화의 예술성을 토키 영화가 따라올 수 없을 거라고 비판했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말이다.

20세기의 물리학적 발견에 뿌리를 두고 점점 강해지는 컴퓨팅 성능으로 현실화된-그러니까 시각화된- 요 근래의 헐리우드 특수효과 영화에 대한 가장 최고의 감상평은 역시 '진짜 같았다'가 아닐까 싶다. 10년 전, 쥬라기 공원을 보고 공룡이 진짜 있는 줄 알았다니까,라고 말했던 사람들이 요즘에 다시 DVD를 돌려 보면서 특수효과가 어색해,라고 말할 정도로 눈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특수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아직도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돌려서 말하면 어느 누구도 필름 영화에서 재생된 동작의 자연스러움, 색감의 사실성, 장면과 음향의 일치성 등을 따지지 않게 된 것처럼, 특수효과 영화가 특수효과를 떠나서 내러티브로 평가 받는 시대가 오려면 디지털 기술이 더 갈 곳이 없을 정도로 발전한 후에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그 전에는 에디슨의 기술에 감탄했던 것처럼 그 기술의 놀라움에 감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정당한 평론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함께.

이런 가정에서 논의를 더 진행시키면, 특수효과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영화가 내러티브가 허접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것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특수효과가 너무 허접해서 내러티브에서라도 의미를 찾고 싶은데 그것조차 허접하다는 경우와 특수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내러티브에서라도 단점을 찾아야겠다는 경우.

비평가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음미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때의 여가를 영화를 통해 즐겁게 소비하려는 라이트한 영화팬 입장에서, 앞으로의 특수효과 영화에 대한 평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개인적인 팁이랄까 그런 것을 주고 싶었는데 잘 표현되었는지 모르겠다.

결론은,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해하고자 하는 헤비한 영화팬이라면 당분간 특수효과로 가득한 영화에선 관심을 끄라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들조차 기술을 100% 이해 못하고 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해하는 판에 거기서 기술 이상의 것을 발견하려는 것은 -의미는 있을지언정- 조급한 시도임에 분명하니까. 특수효과 영화에서 중요하지도 않은 내러티브를 강요해서 무엇할 것이냐는 항변을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전 무성영화의 예술성을 높게 평가하고 토키 영화를 거부했던 일군의 영화 비평가 무리처럼 시대에 뒤쳐진다는 소리 듣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