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여름인가 봅니다. 개고기 이야기가 또 나오네요. 이번엔 복날 대신 인터넷 쇼핑몰이 시발점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개를 바라보는 두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는 두 유력 블로거가 이런 식으로 충돌하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전 도아님이 말한 '기르는 개를 거세'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저 또한 집에 있는 개들에게 그 거세, 그러니까 중성화를 시켰거든요. 나름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컷의 경우엔 수의사와 상담 후 별 고민 없이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고환을 제거한다는 것이 다를 뿐 맥락은 사람이 선택하는 정관수술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재밌는 것은 중성화를 반대하는 저를 설득하기 위해 동물병원 의사가 말한 것은 중성화 수술이 수컷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기준은 다분히 인간적인 것이죠. 전 개가 아니니 개 답게 산다는 것이 뭔지 모르지만, 저와 함께 도시에 사는 한은 그 결정이 저와 제 반려견을 더 행복하게 만든 결정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두 번째 중성화는 조금 더 극적입니다. 암컷의 경우엔 자궁을 들어낸다는 것 때문에 수년 동안 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10살 쯤 되었을 때 자궁에 종양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자궁을 들어내게 되었습니다. 세심한 와이프가 몽글거리는 뭔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쓸데없는 제 고집 때문에 우리집 개 한 마리는 3년 전에 죽었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엔 암컷의 경우에도 임신시킬 것이 아니면 건강할 때 중성화를 하라고 권합니다.

가장 끔찍한 결정은 2년 전에 해야 했습니다. 조카가 친구로부터 받은 슈나우져 한 마리가 문제의 시초였습니다. 슈나우져 자체가 좀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원래 주인이 어떻게 키웠는지 도통 제어가 안 되는 아이였거든요. 조그만 소리에도 새벽에 짖어 결국 조카네 집에서 학대만 받게 되었습니다. 조카는 울기만 했지요(아마 아주 자주 파양 당했을 겁니다. 돌고 돌다 조카 손까지 흘러든거지요.). 가족 모임이 있는 날에도 사람이 올 때마다 짖어서 낭패였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와이프가 그 아이를 데려가자고 말했습니다. 우린 항상 집에 있으니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나을거라고. 아주 선선히 내어주시더군요. 고맙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이 녀석이 어느 정도였냐하면 산책이라도 시키려고 목줄을 해서 나가면, 나간 그 순간부터 집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한 시도 쉬지 않고 사람들을 향해 짖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높은 소리로요.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우리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봤고 지나는 아이는 놀라서 울기까지 했습니다. 그 후로 6개월 정도 여러가지 노력을 했지만-짖으면 개가 싫어하는 가스가 분출되는 교정기 포함 여러가지 훈련- 녀석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수의사 말로는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아서 겁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고 할 뿐이었죠. 새벽에 신문이라도 오면 온 아파트가 떠나가게 짖었기 때문에 참 곤란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을 버티면서 짖어도 상관 없는 입양자를 찾다가 실패하고 결국 성대 제거 수술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소리를 빼앗는다는 생각에 참 미안했습니다. 지금요? 이제는 목줄을 하고 산책을 나가도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짖지만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을 보면서 짖는 빈도 역시 줄어들었구요. 다만 성대수술했네,라면서 저에게 경원하는 눈초리를 보내는 이가 몇 있다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죠. 저는 새벽에 자다가 깨는 일이 없어졌고 아파트 관리실에서 개와 관련된 방송을 하는 횟수도 크게 줄었습니다. 아, 목소리를 빼앗긴 녀석은 여전히 짖습니다. 다만 울림이 없는 바람 빠지는 안스러운 소리만 난다는 것이 달라졌죠. 지금은, 성대수술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도 녀석도 훨씬 행복해졌거든요. 개 마음을 어떻게 아냐구요? 말 못하는 어린아이라고 그 마음을 모르세요? 사랑하면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 아시잖아요. ;-)

중성화의 다른 예지만, 도시에 넘쳐나는 길냥이들 문제에 이르면 개고기 찬성론자나 반대론자 모두 중성화가 현실적인 답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도 중성화가 길냥이를 학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주인이 있다는 이유로 중성화가 비난 받아야 하는 이유를 솔직히 전 잘 모르겠습니다. 중성화를 선택하는 것은 함께 사는 이웃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중성화와 성대 수술 같은 것,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건 본질적으로 개와 함께 살자고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걸 개를 학대하는 것으로 표현하시는 건 저 같이 개고기에 대해 전향적인 반려인들조차 적으로 돌려버리는 일입니다. 제 느낌을 정직하게 표현하면, 신동인씨의 글 앞뒤에 붙어 있는 글은 도아님이 반려인들에게 가진 악의를 표현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애완동물이라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말하시는 것이 정직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개고기 문제에 대해선, 전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애완동물 등록제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니 뭔가 모순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개를 반려로 믿는 사람과 식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 현실에 맞게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입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 내에요. 보신탕을 파는 동네 한 구석에 아래와 같은 철장이 있는 것 역시 현실이고,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 역시 우리 이웃이라면 항생제 혹은 항암제를 투여했을지로 모를 애완견을 먹을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 슬픈 운명에 처한 개들의 절대적인 숫자를 줄이는 일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함께요.


from 오마이뉴스:: 지금 모란시장에는 어떤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