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서 아는 척 하거나,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건 욕 먹어도 쌉니다. 댁 같이 무식한(또는, 음흉한) 사람이 입법기관의 한 구성원이라니, 등골이 다 서늘하네요.

우리 국회가 정상적인 곳이었다면, 사이버 선거법 위반 건수가 3만 건에 이르도록 그 법을 그대로 두지 않았을 겁니다. 말할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 지킬 수가 없는 법, 그 따위 것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라고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있는 겁니다. 댁은 그 중 한 명이구요. 댁의 국개의원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선거 관련 법들이 얼마나 웃긴 것인지는 댁이 모시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존경해 마지 않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를 알려주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무려 1791년에 비준된 법입니다.

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 <http://www.usconstitution.net/const.html#Am1>


연방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교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사항의 교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http://www.action.or.kr/?doc=bbs/gnuboard.php&bo_table=const_db&page=1&wr_id=2>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헌법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헌법21조이지요.

  1.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3.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4.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http://ko.wikipedia.org/wiki/%EB%8C%80%ED%95%9C%EB%AF%BC%EA%B5%AD_%ED%97%8C%EB%B2%95_%EC%A0%9C21%EC%A1%B0>

정두언 씨 눈에는 21조 4항만 보이나 봅니다만, 1, 2항은 폼으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댁이 국감에서 말하고 있는 건 언론, 출판에 대한 검열을 요구하고 있는 거라고 보이는데 아닌가요? 알량한 선거법은 국민의 말할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하는 것이니 위헌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안을 놓고 입법기관에 속한 사람이 아무 고민 없이 정파적인 발언을 하는 건 머리 속이 권력욕으로 가득차 이성적인 생각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 데 아마 틀린 판단은 아닐 것 같습니다. 머리를 좀 비우세요.

물론, 인터넷 상의 여론이 한나라당, 이명박 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 쯤은 저도 압니다. 그래서 그렇게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는 것도요. 그러나 말입니다. 모 지역에서 어느 당에 몰표를 던진다고 해서 그 지역 표의 가치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법을 만들 수 없듯이, 인터넷에 반한나라당 기운이 넘친다고 해서 그걸 인위적으로 줄이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댁이나 이명박 씨에게는 당장에 탐나는 권력이지만, 그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든 악법, 판례는 당신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계속해서 좀 먹을 겁니다. 솔직히, 저는 정두언 씨 당신, 한나라당 그리고 이명박 후보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 1g의 비전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반대자의 입을 막는 것에 온 힘을 다 한 정당의 후보가 정말 대통령이라도 된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한 10년 쯤 뒤로 가는 것 아닐까, 그런 공포를 가지고 있거든요. 정두언 씨의 발언은 그런 공포를 구체화하는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 더욱 자유로운 발언권을 가지고 싶은 저 같은 유권자가, 이런 공포를 가지고 이명박 씨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정두언 씨는 이명박 후보 선대위의 전략홍보조정회의 총괄팀장이시고, 듣기로는 이명박 씨 최측근에 실세 중 하나라고 하니, 이명박 후보도 비슷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그런 상식적인 판단 하에서 말입니다.

저 말고도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을, 이런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삼성의 영달을 가로막는 법이 있으면 친히 나서서 한 마디 하는, 댁이 모시고 있는 대선 후보에게서 신속함만을 보고 배우면 되는 겁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사과하세요. 가능하면, 지킬 수 없는 선거법을 개정하는 데 온 노력을 기울이면 됩니다. 그게 인터넷의 반한나라 분위기를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궁민은 졸이라 생각하시니 그럴 생각 없으시겠죠? 뭐 그럼 앞으로도 삼성 밑 닦아 주시는 그 분 밑을 계속 닦아주시면 되는 겁니다. 낙선 운동도 이겨내시고 사전 선거운동으로 당선된 후 70만원 선고 받고 금뱃지를 유지하신 분이니 뭐가 겁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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