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과 게으름

Posted 2008. 3. 2. 07:34

황우석, 김병준, 최근의 김성이, 박미석에 이르기까지, 전문 연구 분야의 표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수신문에서 표절과 관련하여 기획보도를 한 적이 있는데 심심하면 한 번씩들 읽어보자. 꽤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잘못된 관행, 표절의 생태학 ② 어디까지가 표절인가

중간에 '미국 학계에서 분류한 표절 유형'이라는 표가 있는데 번역이 참 재밌다. 몇 가지 인용한다.

  • 어설픈 변장형: 글쓴이가 출처의 본질적인 내용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키워드나 표현을 바꾸어 논문의 외양을 살짝 바꾼 경우
  • 게으른 노동자형: 글쓴이가 독창적인 작업에 시간을 들이기보다, 다른 출처로부터 페이퍼의 대부분을 변형하고 서로 짜맞추는데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

애드센스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블로그계에는 어설픈 변장가와 게으른 노동자가 부쩍 많아진 것 같다고 표현하면 이거 너무 시니컬한 것인가? 논문도 아니고,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설명하는 글 가지고 문장 좀 유사하다고 시비 거는 내가 쪼잔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근데, '글은 읽었고 기능을 비슷하게 나열한 것은 사과하지만 베낀 것은 아니니 표절은 아니다.'라는 말은 사과일까 아닐까? '기능을 비슷하게 나열한 것'은 어설픈 변장이 아니고 게으른 노동이 아니라는 뜻일까? 마음의 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 수양이 부족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