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권리 - 민노당, 너마저

Posted 2007. 5. 17. 12:20

며칠 바빠서 뉴스도 제대로 보지 못하다가 하도 시끄러워서 도대체 이명박씨가 무슨 발언을 했는지 찾아봤다.

―유럽에서는 동성애가 합법입니다. 이 전 시장은 개신교 장로인데 어떤 견해입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반대죠. 내가 기독교 장로이기 이전에,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죠. 그래서 동성애는 반대입장이지요.”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에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위나 몽정으로 배출되고 월경이라는 현상으로 배출되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그 무엇이 언제부터 사람이냐는 질문에 철학자, 윤리학자, 종교가, 과학자, 의사, 정치가가 다 다른 말을 하겠지.  마찬가지로, 한 여성의 삶에서 또는 부부라는 공동체의 삶에서 발생하는 낙태라는 문제 역시 철학적, 종교적, 경제적, 과학적, 정치적 논의가 가능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수정란이 된 그 순간부터 그것은 생명이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어느 기간까지) 그것은 생명이 아니며 여성 혹은 부부에게 포기할 권리까지 포함한 모든 결정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말하자.  난 여성에게 전면적인 낙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여성이 출산의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욕 먹을 비유를 하자면, 임신 중 이혼도 낙태 사유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나 돼먹지 못한 리버럴리스트이고 개인주의자다.

이명박 발언에 대한 반응을 보니 거의 모두가 '생명의 존엄함'을 이야기하더라.  속칭 가장 진보적 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의 논평이 아래와 같을 바에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구별하며 동성애 반대한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면 낙태가 용납될 수 있다는 장애영아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당당하게 피력한 것이 그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천명해 대한민국의 동성애자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법. 제도적 기반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의 연이은 혐오, 비하 발언은 인권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여겨야 할 대선 예비후보로서 천박함과 무지함을 고백하는 것이자 자격미달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영아-출산 직후의 젖먹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의도를 추측할 필요는 없겠지. 논평을 내면서 이명박 발언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이었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정치적인 마타도어. 다른 정치를 하자고 하면서 하는 짓은 한나라당, 열린우리당과 다를 바가 없다.

장애 판정을 받았다면 낙태를 선택할 수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선택인 것처럼 낙태 역시 선택일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권리를 보장하는, 아니 최소한 낙태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진지한 발언을 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있어야 편향되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드는 의문, 여러 이유로 여성의 낙태권리가 옹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소수자들은 이제 닥치고 살아야 하나? 어떤 정치인이, 여성이 또는 부부가 경제적인 이유로 낙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려면 인터넷이라는 단두대에 설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인가?

배신 당한 것 같은 이 기분. 그래서 글 제목이 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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