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렌서인 내가 주로 일하는 회사는 세 곳인데 두 곳은 외국 회사의 현지 법인이다. 이 두 회사는 연초만 되면 NDA(Non Disclosure Agreement)라는 걸로 날 귀찮게 한다. 기밀유지계약이라는 것으로 일과 관련하여 얻은 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면 큰코 다친다는 내용이 써있다. 두툼한 문서에 한 장씩 서명을 해서 팩스로 보내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으니 서명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실 내가 일하면서 얻는 정보 공개해봐야 곤란할 일 별로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게 시스템인데? 그리고 가능하면 일 관련해서는 입 닥치고 산다. 혹시 모르니까.

이름이 넘 거창해 거부감까지 드는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의 근본 목적을 난 공무원 입단속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일수도, 중요한 정보의 유출을 막아 정책 결정에 부당한 압력이 발생하는 것을 막거나 특정인에게 이익이 되는 걸 막자는 것일 수도 있다.

기자가 공무원의 업무 공간을 침해하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야만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되는 것이 이 시대의 현실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만약 그런 기자의 행위가 월권이 아니라면 난 당장 대기업 기획조정실 옆에 기자실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싶다.

나 역시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해칠거라는 주장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 방안이 왜곡된 현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나 개선안으로 볼 수 있는 점은 없는건가?

Q) 언론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언론의 건강한 긴장관계와 권언 유착 근절은 언론과 정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합동브리핑센터 설치와 전자브리핑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편은 △정부와 언론의 상호역할 존중 △정보의 개방 확대 △취재지원 강화라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취재나 브리핑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언론과 정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일시적 갈등이나 관행에 따른 불편은 있을 수 있겠지만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개편인만큼 언론도 종국에는 그 취지를 이해하게 될 것으로 본다.

정부측의 저 주장이 거짓말이라면 이제 반대하는 측에서 그걸 증명하거나 반론을 제시할 차례다. 기자실 몇 개 줄어드는 것 가지고 징징대는 건 비웃음만 샀으니 다음 차례가 뭘지 궁금하다. 이왕이면 그게 공포감 조성은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