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으로 찾은 분들께:

슈렉3은 전작들에 비해 재미가 없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회의 주요한 재미 중 하나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유명한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과 악당들이 모두 등장하니 엄청나지요. 그래서 이야기가 좀 산만합니다. 또 그만큼 볼거리와 이야기 거리도 많습니다. 신데렐라 이복언니가 유리구두에 발가락이 하나만 들어갔다는 이야기나 신데렐라가 달리기 출발 자세를 하고 있는 것들, 이런 것들이 재밌다고 생각하시면 슈렉3을 보셔도 큰 후회는 없으실 겁니다. 요점은 각 캐릭터의 특성에 유념해서 장면 장면을 즐기시는 겁니다. ;-)

하나 더 추가하면, 이 영화를 두 번 본 와이프의 말에 따르면 디지털 상영관과 일반 상영관의 화면 차이는 하늘과 땅이랍니다. 참고하세요. 디지털 영화는 디지털 상영관에서 보라는 말입니다.

아래는 제 일상의 이야기라 슈렉 감상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어제 오후엔 잠시 시간을 내서 영화를 봤다. 슈렉3(디지털 더빙).
장소는 롯데시네마 안양. 황진이도 궁금했으나 감각 좋은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하니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슈렉을 예매하고, 막상 극장에 도착하니 가득한 아이들. 휴일이고, 애니메이션이고, 결정적으로 더빙! 아차 싶었으나 이미 늦은 일. 앞뒤로 아이들이 앉지 않기만 바랄 뿐이었다. 암전된 후에도 자리를 찾는 몇 사람, 그 중엔 오색 찬란한 발광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도 있더라. 덕분에 슈렉 시작하기도 전에 많이 웃었다. 역시나, 싶어 긴장했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니 아이들이 더 집중해서 보는 것 같더라. 다른 아동용 애니메이션과는 확실히 다른 의미의 집중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감상 인원의 절반 가까이가 아이들인 상황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무난하게 영화를 봤다.

왕재수 공주 4인방
오락영화를 보고나서 최고의 감상평은 아무 생각없이 봤다,가 아닐까?
와이프는 'Far far away'가 '겁나먼'이 아니라 '머나먼'이라서 시작할 때부터 삐쳐 있었던 탓에 좀 분산된 것 같지만, 난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봤다. 유쾌한 장치들, 장면들, 장난스런 대사들. 10점 만점에 8점. 특히 디즈니 캐릭터들을 비꼰 공주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었다. 투덜이 백설공주라니...... 입력과 출력이 동기화된 디지털 화면이 보여주는 세밀함 또한 높은 점수를 주게 만드는 포인트. 디지털 영화는 디지털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나서도 머나먼이 아니라 겁나먼이라고 투덜대는 와이프에게 졸라먼으로 했으면 어떨까, 썰렁한 농담을 하고 오랜만에 안양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아마 경기 일대를 통털어 가장 큰 재래 시장일 안양시장. 거대 할인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 번의 리모델링을 거친 지금, 잘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시장다운 소란함이 살아 있는 것이 그 간 상인들의 고민과 노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와이프와 손잡고 한가로이 걸으면서 이런저런 구경. 책상 위에 놓을 화초를 하나 사고-이름을 까먹었다- 시장 맨 오른편에 있는 오래된 만두집과 도너츠 가게에 들러 만두와 도너츠를 샀다. 시장 먹거리 특유의 정겨움이 묻어 있는 음식들. 재미 있는 건, 영화 보기 전에 백화점 식품부에서 간식으로 먹은 회전초밥과 거리에서 산 만두와 도너츠가 우리에게 준 스트레스와 즐거움. 초밥 두 개 든 4천원짜리 접시를 앞에 놓고 이걸 먹는것이 옳은가 그른가, 한 접시 더 먹을까, 따위를 고민하는 것과, 2천원짜리, 왕만두 10개를 앞에 놓고 이걸 언제 다 먹지,라고 고민하는 것은 확실히 차원이 다른 고민, 그걸 비교하는 것도 즐거움.

만두와 도너츠를 저녁으로 먹고-와이프와 난 먹는 양이 다른 사람의 절반 정도라 아직도 많이 남았다- 잠시 깔깔거리다 일찍 잤다. 크고 웅장한 강남의 멀티플렉스들도 좋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의 상영관을 이용하고 근처의 볼거리를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괜찮은 휴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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