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고스피어, 블로그스피어

Posted 2007. 6. 27. 08:30
블로그를 좀 오래 바라본 사람이라면 weblog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관련된 농담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웹로그(web+log)로 읽자는 사람이 다수였지만 위-블로그(we+blog)로 읽자는 사람도 있었다. we+blog가 나름 재밌는 해석이었나보다. 당장에 blog를 동사형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이제 블로그를 웹로그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blogosphere도 비슷한 농담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 영미권 대부분의 사람이 이 단어를 사용한다. blogshpere는 블로깅 툴의 이름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재밌는 건 영미권 사용자의 압도적인 blogosphere 사용 빈도와 달리 구글 한글 검색에선 '블로그스피어'의 빈도가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블로그스피어 593,000., 블로고스피어 435,000).

나 역시 블로그스피어라고 쓰는 사람 중 하나이고 '블로고스피어가 맞아요'라는 댓글을 가끔 만나는 블로거 중 하나다. 그래서 생각한다. 왜 블로그스피어라고 쓰는 사람이 많은 걸까? 나아가 나는 왜 블로그스피어라고 쓰는 걸까?

구글에서 Blogsphere Blogosphere로 검색하면 뜨는 페이지의 꽤 상위에 PrawfsBlawg: Blogsphere or Blogosphere?라는 페이지가 있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이 두 단어를 두고 펼친 자기 생각들을 볼 수 있다. 사이트가 죽어버렸는지 실제 내용을 보려면 G o o g l e's cache를 이용해야 한다.

재미 있는 건 거기에 댓글을 단 어떤 사람도 blogosphere에서 logos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제일 많은 이유는 '발음하기 편해서'.

이것은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한글로 블로그스피어라고 쓰는 사람이 더 많은 이유는 거기 블로그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블로고스피어. 여긴 블로그가 없다. 올블에서 하는 블로그카페가 블로고카페라면 뭔가 이상한 것처럼 블로고스피어가 이상하다고 여기는 당연한 감성 그리고 이성 때문이라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블로그스피어가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짜증이 난다. 거기 로고스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블로그스피어라고 쓰는 사람들의 에고는 깡그리 무시하는 것 아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어차피 영어이고 세월이 지나면 블로고스피어가 승리하거나 영 다른 단어가 쓰일지 모르지만 지금 한글로 블로그스피어라고 적는 사람들에게도 얼마 간의 로고스가 있다는 것은 좀 알아달라는 의미에서, 블로그스피어라고 적는 사람에게 자신 있게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그 의도를 한 번쯤 생각해 달라는 뜻에서, 잠시 궁시렁거렸다.

나는 블로거 집단을 지칭할 때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로고스(Logos)의 집합체라는 증거를 아직 발견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로고스의 집합체이거나, -집합적이고 결과적인-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하는 공간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by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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