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6, 요즘 뭐하나

Posted 2007. 9. 26. 12:14

23일, 일요일

일요일과 월요일 새벽에 걸쳐 와이프와 말다툼. 일종의 명절 증후군이랄까? 심각하다면 심각할 전개. 언제나처럼 별 일 아니게 끝났지만, 함께 산 날이 또 10년 쯤 지난 후에도 이 간극이 메워져 있지 않으면 결말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반성하고 노력하자.

24일, 월요일

부모님 댁으로 이동해서 차례상 준비하는 것을 돕다. 매년, 준비하는 제사 음식의 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몇 년 지나면 우리집도 제수 음식을 주문해서 써도 될 지 모르겠다. 내 눈에 흙이 ...,라고 말하는 분이 있으시려나?

돌아오는 길에 머리털을 잘랐다. before & after 인증샷도 있지만 핸폰 연결 케이블을 찾지 못해 아직 컴퓨터로 옮기질 못했다. 4년 가까이 길렀던 머리털이 잘려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수초. 가위질 한 번에 40-50cm에 이르는 털들이 털썩,하고 떨어지더라. 머리 가죽을 잡아당기던 느낌이 사라지고, 그 감각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몇 십분 정도?

이제 거리를 걸어도 누구도 나를 보지 않는다. 비범과 평범을 가르는 기준은 아주 얄팍해서, 이제 누구도 내게 예술 하냐는 둥, 그림 그리냐는 둥, 그런 추측은 안 할거다. 스테레오타입은 편하다.

25일, 화요일

추석. 늦잠을 자서 차례가 나를 기다렸다. 늦잠을 잔 원인은 월요일 새벽의 말다툼. 꼴보기 싫어하시던 머리털을 자르고 나타난 덕분에 비난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다만, 작은 아버님의 꾸중에 '지난 제사에 늦게 오셔서 저 굶어죽을 뻔 했습니다.'라고 농짓거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그랬다면 차례 못 지내고 내 제사를 맞았을지도......

작은집이 항상 과일을 준비한다. 우리 부부는 주로 야채나 과일을 갈아먹기 때문에 깎아 먹는 과일은 이런 날에나 먹는다. 아열대에 가까운 여름이 오래 지속된 덕분인지 과일들이 크고 탐스러웠다. 하지만, 속살은 푸석하고 맛은 싱겁더라. 가족들의 결론은, 물 많이 먹어서. 추석에 반팔을 입고 다녀야 하는 이상 고온은 배의 시원한 맛을 앗아가 버렸다. 어쩌면 이런 과일맛에 익숙해져야 할지도.

집으로 돌아와 쉬다가 동네 극장에서 '즐거운 인생'을 보았다. 이준익 감독이 자기 세대에게 가볍게 던지는 충고.

'이봐, 친구들 즐겁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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