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이올린을 통해 온달왕자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미디어몹이 선정한 그 글은 연합뉴스의 기사였다. 나는 마침, 바로 전에 그 기사를 보고 왔기에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작은 사건이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UCC업체 "국내 시장 좁다"..해외시장 노크 - 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2007-03-06 05:07
UCC업체 "국내 시장 좁다"..해외시장 노크 - 디지털 통, 2007/03/06 07:19
방문자.
온달왕자님의 블로그(디지털 통)는 엄청난 방문자 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 바탕은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일정한 수준의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소한 사건 하나로 살펴본 디지털 통은 내게는 참으로 괴상해 보였다. 너무나 많은 글이 신문기사였던 것이다. 더 나쁜 것은, 퍼온 글에 아무 출처 표시도 없다는 것이고 온달왕자님이 직접 쓰는 글도 있기 때문에 짧게 살펴 본 나로서는 어느 글이 온달왕자님의 글인지 도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체로 줄 바꿈이 많은 글이 온달왕자님이 쓴 글인 것 같았다. 어쨌든, 좀 깐깐한 나는 이런 블로그를 펌블로그라 부르고 소통하지 않는다. 나는 글을 통해 누군가와 생각을 나누고 싶지만 누군가가 퍼온 신문기사로는 그녀 또는 그의 생각을 알 수 없는 법이니까.

난 지금껏 대개의 블로거는 퍼온글과 직접 쓴 글을 잘 구분한다고 생각했다. 퍼온글 가지고 소통하는 블로거, 난 별로 못 봤으니까. 근데 이런 내 생각은 디지털 통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스타크래프트 중계권, e스포츠협-방송사 '갈등심화'라는 글을 보자. 거기 달려 있는 많은 댓글과 트랙백, 난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 이 글은 스타크래프트 중계권 갈등 `폭발직전'이라는 연합뉴스 조성흠 기자의 보도거든. 만약 온달왕자님이 글 위나 아래에 출처를 밝혔다면 저렇게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니 더 근본적으로, 온달왕자님이 지금껏 해왔던 포스팅 방식이 아니라면 백만이라는 방문자, 신문기사 퍼온 글에 저렇게 많은 피드백, 이런 것을 가능했을지 그게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관심을 받아야 할 글은 정작 묻혀 있다는 것에 나는 화가 났다.

문제 제기.
디지털 통이 피딩한 글은 신문기사이므로, 미디어몹에 걸려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미디어몹 관리자에게 항의를 했다. 전재, 재배포가 금지되어 있는 신문기사를 퍼온 글을 미디어몹이 링크하여 메인에 노출하는 것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내가 신경 쓸 필요 없지만, 퍼온글 따위가 차지하는 그 공간은 다른 소중한 블로거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리고 미디어몹으로부터, 정말 빨리,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한다는 사과와 함께 문제가 된 글의 링크를 미디어몹 메인에서 내렸다는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사고회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미디어몹에 퍼온글이 걸리게 된 프로세스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디지털 통에서 '미디어몹'으로 검색하여 나타나는 글 중에 또 퍼온 글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너무나 쉽게 여러 개의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어 80개인 '초미니 수퍼컴 칩' 등장 - 매경기사, 2007/02/12 16:26
두뇌 80개인 '초미니 수퍼컴 칩' 등장 - 디지털통, 2007/02/12 17:01

소니 PS3로 운명의 '한판승' 시작했다 - 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2006/11/13 08:48
소니 PS3 출시 '물량부족' 등 산 너머 산 - 디지털통, 2006/11/13 09:34

UCC업체 "국내 시장 좁다"..해외시장 노크 - 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2007-03-06 05:07
UCC업체 "국내 시장 좁다"..해외시장 노크 - 디지털통, 2007/03/06 09:35

미디어몹에 링크된 신문기사

참고: 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온달왕자님이 기자이고, 업체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관행 때문에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 비난의 요지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확인 없이 올린다.
미디어몹은 이런 실수를 왜 반복하고 있었을까?

악순환.
이제 백만이 방문했다고 하는 디지털 통, 퍼온글이 미디어몹 메인에 링크되어 얻은 방문자 수는 얼마나 될까? 올블로그라고 예외가 아니다. 올블로그에서 디지털 통 글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고 그 글 또한 신문기사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퍼온 기사 많이 올린 오늘의 블로그


디지털 통 글 중 얼마가 신문기사인지 정량적으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상당히 높은 비율인 것은 분명하다. 엄청난 방문수의 비밀은, 어쩌면, 꾸준히 올리는 신문기사의 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힘은 다시 사용자의 피드백이 되고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 미디어몹에 링크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것을 악순환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영리한 네트워크 활용 사례? 농담하지 말자.

평가의 건전성.
난, 올블로그와 이올린의 인기글, 미디어몹의 링크, 이런 메타사이트의 활동이 일종의 평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블로거를 찾을 수 있는 평가 시스템. 그러나 현재의 평가시스템은 형편 없다고 평가해야겠다. 특히, 인기 있는 블로거의 글이라고 무비판적으로 링크한 미디어몹의 반복적인 실수는, 새로운 미디어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소망에 비추어,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일이었다.

이제 올블로그와 이올린의 이야기를 해 보자. 그것이 어떤 시스템이든지 선별 과정을 거쳐 차별적인 노출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이라면, 그 선별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비난에 항시 직면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난은 대개 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한 요구이기 마련이다. 블로거와 블로거의 글로 구성된 메타사이트에서 건전성이란 무엇일까?

난 그것이 공정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퍼온 글.
메타사이트의 평가 시스템에 의해 노출되는 글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블로그스피어의 글을 평가하여 게시하는 시스템이라면, 블로그스피어의 일원으로서 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모든 블로거가 평가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발행이나 등록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 시스템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일종의 경쟁 상황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평가 시스템의 평가 기준이 공정하지 못할 때 그 시스템, 나아가 블로그스피어의 일부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럼 퍼온 글은 블로그스피어에서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 난 이 문제가 블로그의 정의와 관련된 일종의 가치관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블로그를 한 사람의 온전한 생각이라고 믿는 사람에게 모든 퍼온 글은 무가치하다. 나아가 블로그 메타시스템의 한정된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퍼온글은 한 블로거의 온전한 소리가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는 노이즈라고 믿는다.

요구.
블로그, 블로거, 블로그스피어에 대한 가치관에 관계없이, 평가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메타사이트가 한 사람의 유일한 목소리와 녹음된 재방송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건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퍼온글은 평가 시스템에서 제외되어야 옳다고 생각하고 반본적인 펌을 행하는 블로그는 노출되지 않도록 필터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올블로그가 구현하고 있는 소극적인 개별 사용자 수준의 필터링이 아니라, 시스템 수준의 전면적인 차단이어야 하며 그것이 블로그스피어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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