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Posted 2008. 2. 26. 12:11

블로깅의 즐거움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즐거움이라고 부르겠다.

내 오프라인 친구-몇 되지 않는다-를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너무 뻔하다. 그것이 비꼼이거나 공감이거나, 적절한 유머를 섞어 나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킥킥거리게 만드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최소 한도이자 최대 한도는 즐거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다.

모뎀 시절을 거쳐 블로그 시대에 도달한 온라인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실용서의 한 부분을 카피한 책 이야기보다 '언젠가는 자기도 잘 나가는 포주가 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몇 푼 안 되는 일당을 꼬박꼬박 쟁여놓는 매춘부'라는 비유에 킥킥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10년이 넘는 온라인 생활을 하면서 나도 변한 것이 있긴하다. 모뎀 시절, 내 거의 모든 여가 시간은 천리안의 포럼, 채팅, 소모임에서 웃고 떠드는 데 소비되었다. 게시판 시절엔 내 심경을 긁는 자가 나타나면 없는 여가도 만들어 키보드워리어짓을 했다. 블로그 시대에 이르러선 인터넷 글 쓰기는 모든 일 중에 가장 우선 순위가 낮은 일이 되어버렸다. '바쁘다'는 말은 와이프가 놀아달라고 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업데이트되지 않는 내 블로그를 위해 준비된 변명이기도 하다. 이런 내  변화가 스스로도 약간 실망스러운 것은, 내 여가 시간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온라인 글 읽기에 사용되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에 대해 반응할 방법이 종내에는 텔레파시 밖에 없게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인류의 발전은 너무 더디다).

그래서 가끔 이런 식의 반응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 대상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 한 마디.

나를 모르는, 혹은 내가 당신 블로그를 스토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수많은 즐거운 블로거들이여, 감사하다.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은 대개 이 글의 감사 대상이기도 할 것이다.

P.S. 이 글을 보지 못하는 내가 좋아하는 블로거들은 텔레파시를 연마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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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민노씨

    | 2008.02.26 12:27 | PERMALINK | EDIT | REPLY |

    가끔은 텔레파시보다는 전화 한통이나..
    혹은 문자가 빠를 수도.. ^ ^;

  2. BlogIcon 배움군

    | 2008.02.26 13:07 신고 | PERMALINK | EDIT |

    가슴이 찌릿한데요. -.-a

    심심해서 제 휴대폰 시스템 정보를 봤더니 누적 통화시간에서 수신 통화 시간이 발신의 그것보다 20배가 넘네요!!! 휴대전화 요금이 무서운 짠돌이인 것입니다. -.-

  3. 너바나나

    | 2008.02.26 17:41 | PERMALINK | EDIT | REPLY |

    이런 글을 읽는 다는 거이 즐거움이구만요~
    노바님 블로그에서 이런 훈훈함을 가져보다니! ㅎㅎ

  4. BlogIcon 배움군

    | 2008.02.26 18:04 신고 | PERMALINK | EDIT |

    (버럭~) 평상시의 저는 어떻다는 뜻입니까? ㅎㅎ
    저, 말랑말랑한 사람입니다. ^^;

  5. BlogIcon 히치하이커

    | 2008.02.27 08:03 | PERMALINK | EDIT | REPLY |

    저도 언젠가 텔레파실 받을 수 있길. (웃음)

  6. BlogIcon 배움군

    | 2008.02.27 13:45 신고 | PERMALINK | EDIT |

    방금도 비밀이 담긴 몇 개의 전파를 보냈습니다. 잘 수신되었기를......

  7. BlogIcon 쿨짹

    | 2008.02.27 08:44 | PERMALINK | EDIT | REPLY |

    저도 언젠가 스토킹 당하는 블로거가 될 수 있기를... ㅋ

    이상하더군요. 전 아무리 바빠도 꼭 남친한테 놀아달라고 조를 수 있는 시간을 만드데 이 매정한 남친은 바쁘다며 쌩까... ㄴ다고 하면 좀 저속하겠지만... ㅡㅡ 하여튼 바뻐~~ 그리고 끝~ 슬퍼요. ㅠㅜ

  8. BlogIcon 배움군

    | 2008.02.27 13:47 신고 | PERMALINK | EDIT |

    나쁜 남친이라니까요. 쿨짹님 글 보고 '바쁘다'는 것에 대해 쓰고 싶어졌어요. ㅎㅎ

  9. BlogIcon intherye

    | 2008.02.28 02:21 | PERMALINK | EDIT | REPLY |

    저도 늘 텔레파시 보내고 있습니다. 받아보고 계시죠?
    전 블로그의 즐거움이란, 뭐니뭐니 해도 역시 골라 사귀는 재미가 아닌가 합니다. :)

  10. BlogIcon 배움군

    | 2008.02.28 04:40 신고 | PERMALINK | EDIT |

    그거, intherye님이 까탈스럽다는 뜻이죠? 근데 그거 은근 정확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진전시키니, 까탈스러운 사람들도 무리없이 블로그를 쓰는-같아 보이는- 것은 그게 꽤 느슨한 관계망이기 때문이겠네요.

    요즘 올블의 핫이슈인 '블로그 축제'를, 더 많은 느슨한 관계를 만들려는 시도인지 느슨한 관계를 끈끈한 관계로 강화하려는 시도인지,라는 측면에서 살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전,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느슨한 관계를 선호하는 쪽입니다. 온라인에선 그게 장점인 것 같은데, 온라인 관계가 발전하게 되면 순식간에 불성실한 태도라는 단점이 되곤 하더군요.

    앞으로 '관계'라는 말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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