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파격

Posted 2007. 9. 21. 13:27

요즘 이 '망했어요' 동영상이 인기다. 이 파격적인 영상을 보면서 나도 웃었다. 근데 유시민의 파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혁당이라는 이름으로 선거에서 이기고, 첫 등원하는 날 당당히 평상복 차림으로 나타난 파격. 그건 또 다른 의미의 정치가 가능할 거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일종의 선언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그랬던 유시민은 개혁당을 버렸고, 이제 사람들은 그런 정당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개혁당이란 존재는 그저 지금의 유시민을 만든 계단 하나로 그 쓰임이 끝난 것이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

고독한 결정이라고 말하는 갑작스런 사퇴 선언이 이런 우울한 기억과 겹친다. 자신의 캠프가 망했다고 말하는 유시민. 실은 캠프가 망한 것이 아니라 유시민이 캠프를  버렸다고 표현해야 옳다. 아마 유시민의 사퇴를 보며 눈물을 떨군 시민광장 회원이 여럿일거다.

유시민이 지지를 선언한 정치인 이해찬의 약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해찬 세대라는 말까지 낳은 이해찬의 파격은, 결과적으로 우리 교육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로 남았다. 그가 말하는 어떤 비전도 먹히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낙인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친노 계파의 보스이고, 유시민이 이해찬을 이기는 정치는 아직 우리 정치가 아닌거다. 이 경우 계파의 변명은, 누구는 아직 젊지 않냐는 말이고(물론 이명박에 비하면 이해찬도 젊다), 이런 비슷한 일은 당의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그러니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퇴를 선택한 유시민을 마냥 욕할 수만은 없다. 다만, 그가 보여주었어야 할 파격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는 투덜거림 정도는 할 수 있을거다.

내게, 2003년 유시민의 파격은 아름다웠지만 2007년의 파격이 우스꽝스러운 이유는, 어쩌면 유시민이 승리를 위해 버리고 버렸던 작은 것들에 대한 추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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