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스타를 설치했다.

그리고 오늘, 듣고 싶은 노래가 있어 벅스에 접속했다가 나도 무한 루프에 빠져버렸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벅스 플레이어가 후져서 비스타의 기본 보안 상태에서 설치가 안 된다. 그로 인한 증상은 링크한 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첫 페이지 무한 반복 로딩...... 해결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벅스에서 추천하는 방법을 따르는 것이다. 아래 이미지는 벅스 안내 페이지를 캡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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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컴퓨터를 보다 위험하게 사용하라는 의미다. 이 상황을 좀더 부연해 설명하면, 벅스 쓰려면 인터넷의 많고 많은 사이트 접속할 때마다 나 몰래 깔리는 액티브 엑스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무책임한 권고인 것이다(부끄럽지 않냐 벅스?). 물론 위에 링크한 글에서 설명하는 방법처럼 벅스 쓸 때마다 IE를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하고 벅스만 쓰는 것도 가능하다. 근데 무지 귀찮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벅스 안 쓰는 것. 여기에도 약간의 사연이 있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자.

벅스의 DMR 프리 선언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도와준다는 생각이 있어서 자동 결제를 중지하지 않고 고객센터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나: "벅스 5,000원 내고 쓰는데 어제 비스타 깔고 제대로 이용 못하겠다."
상담원: "그건..."
나: 말 끊으며, "FAQ에서 안내하는 방법 이미 적용했다. 결국 벅스 쓰려면 비스타를 XP처럼 쓰라는 이야기 아니냐."
상담원: "......"

나: "비스타 나온지가 언제인데 비스타에서 벅스 이용 못하는 건 벅스 책임 아니냐?"
상담원: "당장 대답 못 하겠고 물어봐야겠다."

나: "(DRM 프리 때문에) 벅스 좋아한다. 벅스가 비스타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될 때까지 현재 상태로 서비스 중지하고 싶다."
상담원: "벅스에는 그런 서비스 없다."

나: "그럼 언제 비스타에서 벅스 제대로 쓸 수 있나?"
상담원: "열심히 개발 중인데 언제라고 확답 못 한다."
상담원이 물어보고(어디다?) 30분 후에 전화 준다고 했지만 1시간이 지나도 전화 없구나. 그거 기다리는 사이에 핸드폰 자동 결제 중지해버렸다. DRM 프리 선언 때문에 당분간 벅스 빠돌이 해주려고 했지만 이건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비스타로 갈아타는 사용자의 비율이나 그 속도를 서비스 업체들이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예상의 정확성은 둘째로 치고 우선, 사용자에게 개선된 보안 기능을 죽이고 사용하라는 권고 따위를 하는 무책임함과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선된 보안 기능을 죽이라고 말하려면 그 기능을 죽였을 때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 알릴 의무도 서비스 업체에게 있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한 위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전 운영 체제에 이미 존재하는 위험이고 대다수의 사용자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벅스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사실로 이런 무책임한 안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안전한 환경을 갖춘 사용자에게 자신의 알량한 서비스를 지속시키기 위해  안전성을 포기하라고 권고하는 서비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자의 권리 따위는 언제라도 내버릴 수 있는 서비스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일 그냥 안 넘기기 때문에 정통부에 민원 넣으려고 접속했다.

제기랄.

정통부도 비스타에서 제대로 안 돌아가는구나. 민원 입력 화면에서 주소 입력 링크를 클릭해도 주소 검색 팝업이 안 열린다. 스크립트를 어떻게 만든 것이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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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찾기가 열려야 주소를 입력하지, 이거야 원.

오늘 오후는 ActiveX 천국인 대한민국이 비스타 하나에 어떻게 멍청이가 되는지 실감한 날이다.

비스타 먼저 깐 내가 죄인이지 뭐.......

덧. 벅스, 안심하지 마라. XP 컴퓨터 이용해서 민원은 꼭 넣는다. 정통부, 소비자보호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다 올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