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이용이란 무엇인가?

Posted 2008. 1. 14. 20:30

RSS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인터넷한겨레

  1. 보면서, 갑과 을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안에선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일까요? 위자드닷컴의 하찮은(?) 트래픽에 강고한 입장일 수 있는 인터넷신문사가 네이버나 다음 같은 유력 서비스에게도 동일한 강고한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 참 궁금하더군요.
  2. 이 일을 조선일보가 기사화했습니다. “RSS 사용 허가 받아라” vs “공개 정보인데 왜…”. 기사 말미에서 황순현 조선일보 편집국 인터넷뉴스팀장은 “상업적 이용 여부를 떠나, 뉴스 RSS 정보는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조선닷컴은 웹 2.0 벤처 기업이 RSS 메타 정보를 활용하려 할 때는 기본적으로 적극 지원 하겠다”고 말하네요. 한겨레와 조선일보 모두 온신협 회원사이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와 '적극 지원'이라는 의지를 합하면 미리 연락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다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3. 결과적으로, 한겨레닷컴의 입장은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했다는 것이고 조선닷컴의 입장은 거기서 좀 나아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도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같은 온신협 회원사이니 RSS 제공에 있어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전 위자드닷컴 운영자분이 다소 오바스러운 대응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대 회사의 일을 블로그에 공개 못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직과 조직의 대립이라면 다소의 숙고 과정은 필요했던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어떤 숙고냐 하면, 위자드닷컴이 한겨레닷컴의 콘텐츠를 공정하게 이용하는 것이냐는 측면의 고려말이죠.
  5. 이 경우 RSS의 특성과 그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냐를 생각하면 'RSS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행위는 다분히 RSS 제공자의 의도 내에서 결정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한겨레 인터넷팀은 언제라도 원한다면 특정 사이트에서 링크된 경우 페이지를 보여주지 않거나 의도하는 다른 페이지로 연결되도록 조정할 수 있습니다(리퍼러를 확인하는 과정 하나만 추가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제공자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링크는 언제라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이후의 잡설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진짜 잡설입니다아~).

 

  1. Image-0010우선 한겨레 신문 기사 목록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위자드닷컴 비스무리한 개인화 사이트 A와 B가 있다고 치자. 다른 모든 기능은 위자드닷컴과 같고 첫 페이지에서 추가할 수 있는 유명 뉴스 목록과 블로그 목록의 기본값만 다르다고 가정하자. 그러니까, 오른쪽에 있는 위자드닷컴의 페이지 같은 목록말이다.
  2. 사이트 A와 B를 생각해보자. A는 모든 뉴스 목록을 제공하고 B는 진보적인 일부 매체의 목록만 제공한다고 말이다. A와 B 사이트 중에서 어느 사이트가 더 현명한 사이트인가? 어느 사이트가 더 나은 사이트인가? 어느 사이트가 더 정의에 가까운 사이트인가?
  3. 이 논리를 제공자 측에게 적용해보자. A와 B 사이트에 자신의 매체 기사 목록이 걸리는 것, 이걸 거부할 권리가 제공자 측에게 없는 것일까? 어리석다는 비난은 할 수 있지만 거부할 권리조차 부정하는 것 역시 어리석다.
  4. 이제 매체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자. 매체가 가장 우선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지금 대개의 블로거는 '전파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그런가? 포털 뉴스가 제공하는 트래픽이 어떤 기사들을 양산하고 있는지, 그런 쓰레기들 틈에서 진짜 기사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벌써 잊었나?
  5. 뉴스를 보기 위해 포털을 찾는 것, 개인화 페이지를 이용한 것, 신문사 홈 페이지를 방문하는 것.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우리 시간은 유한하니까 말이다).
  6. 가치관과 결부시킬 필요없이 '개인 사용', '공정 이용'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개인적 사용에 한 해 무료라는 정책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일반화된 마케팅 기법이다. 가까운 예로 알집이나 알약으로 유명한 알소프트를 들 수 있겠다.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지만 기업에서 사용하려면 돈을 내라고 하는 것(개인 사용자에게도 광고를 보여준다), RSS를 공개하지만 기업에서 사용하려면 돈을 내라고 하는 것. 이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7. 기사 목록의 가치로 돌아와, 위자드닷컴에서 한겨레 기사 목록을 삭제한다고 생각해보자. 누구에게 타격이 클까? 한겨레 측에서 A 사이트에는 기사 목록 사용을 허가하고 B 사이트에는 불허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만 할 것이다.
  8. 신문사들이 콘텐츠 유통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콘텐츠 유통을 통제하여 관련 이익을 만드는 것 밖에 신문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남아 있지 않다고 보이니까.
  9. 결국은 어떤 통제냐가 문제이다.

공정이용(Fair Use) 논점도 꽤 재밌지만 신문사들 머리속에 있는 방안을 추측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질문만 늘어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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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51 2008-01-14 그림 위치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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