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Posted 2008. 3. 9. 22:27

바쁘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필터링한 건 죄송하다.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는 단어들이라 그랬다.)

노상 컴퓨터를 켜놓고 일해야 하는 직업이라 이런저런 도구를 써서 시간 기록을 한다. 오늘 내가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썼는지 알 수 있다는 건 편리하고도 무서운 거다. ;-)

그러니까 위 보고서에 의하면 9시 30분 현재 21시간을 어떻게 보냈냐하면, 잠에 7시간 반, 일에 4시간 반, 밥 먹고 기타 잡다한 일에 9시간을 썼다는 뜻 되겠다. 내 하루는 좀 남다른 시간에 시작하기 때문에 이 글 쓰고 곧 일을 할테니 오늘 일 한 시간은 아마 6시간 쯤 될 것 같다. 아, 이 올빼미 생활을 청산해야 하는데 말이지. -.-;

요즘, 2메가 정부는 새벽별 보고 출근해 달보며 퇴근하는 21세기형 새마을 운동으로 바쁘시단다. 사실, 우리 직장인들도 무지 바쁘다. 별 보고 출근해 달 보고 퇴근한지 오래되었다는 거지(안 그랬던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2메가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한층 심화시키려고 하나 보다. 만번 삽질하고 한 번 쉬고, 가열차게 대운하. 뭐 이런 시나리오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내 짧은 직장 생활-젊은 시절에 모 대기업에서 초울트라 슈퍼 사원 대접 받으며 한 2년 근무 했다 믿거나 말거나 ㅋㅋ- 경험으로 볼 때 바쁜 사람들은 대개 쓸데없이 바쁘다. 안 해도 될 일로 바쁘고 해선 안 될 일로 바쁘다. 2메가스러운 상사가 있다면 안 해도 될 일로 바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어 공교육. 국가에서 난리 안 쳐도 다들 영어 공부하려고 난리다. 안 해도 될 일을 자꾸 시키니 답이 없는 제안들이 해법이라고 등장하게 되는 거다. 해선 안 될 일로 바쁜 것의 대표적인 사례는 '대운하'이지만 일반 직장인 선에선 '접대'일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쉴 시간 없이 일 하면서 접대를 하는 것이니 그게 유흥으로 이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도 하고 놀기도 하고, 님 보고 뽕도 따고. 물론,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접대를 통해 뭔가가 결정되는 사회는 야매스러운 사회다. 출세를 위해 예배를 드리고 학연, 지연을 통해 줄이 이어져 '고소영' 욕 멕이는 사회 역시 야매스러운 사회고 말이다(어여쁜 고소영이 정부 잘 못 만나서 뭔 고생이냐). 여하튼, 기업의 총 접대비 한도를 늘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정부를 만났으니 우리 직장인들 클 났다. 앞으로 룸에서 양심 던져놓고 노는 것에 더 한층 익숙해져야겠다. 그게 2메가식 실용이고 경쟁력이라는 뜻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2메가 정부가 살리겠다는 '경제'의 실체이기도 하고 말이다.

조금 더 적게 벌고, 조금 더 느리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 하면 '나라 망 할 소리' 듣게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당신이 보내는 시간 중에서 일 항목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고 2메가 정권에게 보낼 메시지를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뭐 있나. 곧 다가올 총선 이야기다. 지금도 이 지경인데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을 넘기는 날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 진짜 삽질 만번 하기 전에  허리 펴면 채찍 날아오는 세상이 될지 모르지 않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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