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사과

Posted 2008. 3. 29. 12:56

이런 글이나 올리고 있었던 건, 블칵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해 존재하는 모든 사과 방법을 숙지하고 모든 인력이 머리를 합쳐 한 마디 한 마디 만들어가야 벗어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는 내 나름의 조언이었다. 블칵 대표가 글 쓴 시간을 확인해보니 비슷한 시간에 올라왔더라. 데이터 하나라도 더 줄 수 있도록 조금 빨리 쓸 것을......

이제, 당사자 분도 블칵측의 사과에 납득한 것 같으니 채용취소건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당사자 분의 이름을 들먹일 필요가 더 이상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그걸로 끝인가? 그렇다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블칵은 이미 까일만큼 까였고 머리가 비지 않은 이상, 앞으로 비슷한 실수는 안 할 거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지금까지 올라온 블칵측의 공식적 사과문이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사과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그건 지역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사과이다. 블칵 부사장의 지워진-그러나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글에서 이 부분에 대한 부분을 가져왔다.

이 부분은 말투가 굉장히 기분 나쁘게 들리길래 원래 말투가 그런지 알고 싶으셨던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라도 사람을 처음 상대해서 저한테 그렇게 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라고 이야기 하신거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지역감정입니까?”(정확히) 라고 얘기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그 뒤로 무슨 대역죄를 지은 사람마냥 대하더랍니다. 이 부분은 서로간에 말하고 듣는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들리는 의미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전화통화를 3-40분씩 하다보면 서로 지쳐서 그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이좁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듣고, 또 블로그 글을 보고는 우리 식구에 대해 이렇게 말해놓은 것으로, 지금 저 역시 너무 화가 나 있는 상태라는 것도 알아주시면 좋겠네요. <http://ceo.blogcocktail.com/wp/archives/829/ 의 댓글에서>

블칵 부사장이 이 상황을 '서로의 입장 차이'로 인식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이런 차별적인 발언은, 발언을 한 사람이 직원이라면 엄하게 징계하고 동생이라면 심하게 꾸짖고 자식이라면 매운 회초리를 들어야 할 일이다. 차별적인 발언에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되려 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사람에게 화를 내고 있었으니, 블칵 부사장의 인격, 판단력 모두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칵 부사장의 글 전체가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 대한 편견과 거짓으로 가득하다고 판단해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깨닫고 글을 지웠고 지금 그걸 부끄러워한다고 믿고 싶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표현을 찾을 수 없으니 난감하다고 해야할까? 한 다리 건너 들은, 글을 지운 것에 대한 골빈해커님의 입장이 날 당황하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골빈해커님께서 글을 지우신 이유는 나중에서야 자신의 블로그에 업계 관계자분들께서 자주 오셔서 글을 보니 xx님께 해가 될것 같아 글을 지우셨다 합니다. 골빈해커님께서 감정이 격하신 상태에서 작성된 글이고 xx님께서 자신의 블로그에 차분하게 상황설명을 하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신 것을 보면 xx님 또한 상당한 능력자로 여겨지므로 의사소통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임을 고려하여 xx님께 피해가 가지 않고 올블보다 더 좋은 곳에 취직하셔서 자신의 꿈을 펼치시길 기원합니다. <출처 : LEEGH.COM (http://leegh.com)> <http://leegh.com/2694295>

지인우인님의 블로그에 숨긴 글로 작성했던 댓글을 아래에 공개한다.

"골빈해커님께서 글을 지우신 이유는 자신의 블로그에 업계 관계자분들께서 자주 오셔서 글을 보니 xx님께 해가 될것 같아 글을 지우셨다 합니다."

저 말을 누가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더 xx님에게 해가 되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지워진 글에 xx님에게 해가 될 내용이 있었나요? 욱하는 감정에 앞뒤 없이 쓰여진 그 글을 보고 xx님에 대해 이상한 판단을 할 업계 관계자라면 위 언급을 봐도 마찬가지 재단을 할 겁니다. 글을 지운 행동이, 해커님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는지 xx님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는지는 해커님 자신만 아시겠지만, 자신을 치부를 숨기기 위해 지웠다라는 사과와 xx님을 보호하기 지웠다라는 변명 중 어느 쪽이 더 xx님을 생각하는 것인지 고려했다면 자존심쯤 버렸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실수를 했고, 그 실수를 지워 숨겼고, 이제 그 실수에 대한 사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건 뭐 배려라는 식의 포장이니 화가 나네요. 지인우인님이 추측으로 쓰신 글일 수도 있고 전달 과정에서 뭔가 오류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인우인님, 위 문장을 다시 읽어보시고, 저 문장이 정말 xx님을 보호하는 것인지 생각해 주십시오. <http://leegh.com/2694295#comment9126>

숨긴 글로 쓴 이유는 단 하나다. 이 일로 누군가의 실명이 인터넷에 퍼지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터진 일이고 블칵측이 진정으로 누군가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어떤식의 사과가 필요했는지 고민해야 했다. 블칵 부사장이 쓴 글은 분명 잘못된 판단-그것도 차별적인 편견이 포함된-을 근거로 쓰여진 글이다. 그렇다면 그걸 사과하고 자신이 누군가에 대해 기술한 모든 문장 역시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것이였다는 걸 고백하고 사과해야 했다. 그게 오해를 없애는 방법이었다.

이런 일련의 일에 대해 경솔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표현하는 회사대표의 글도 마찬가지다. 한 마디 한 마디 가려서 해야 할 사과문에 '경솔하지 못하다'라는 비문을 쓰고 있는 걸 지적해야 하는 난처함은 이 일을 '조심성 없는 행동'으로 치부하는 블칵 회사대표의 무신경에 비하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일일지 모르겠다. 이런 무신경이야말로 회사대표의 인격, 판단력 역시 함께 의심의 대상에 올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발언을 한 당사자, 골빈해커 님과 하늘이 님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그러나, 차별적인 언사를 행했고 그것이 공개된 이상, 이 문제는 양 당사자 간의 이해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만큼의 시간이 지나도 이 부분에 대해 적절한 사과와 조치를 안하는 블칵을 보며 올바른 대처를 요구하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나 역시 그런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깨달았지만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사과한 것으로 되었다는 자기최면과 사람들이 잊어주기를 바라는 요행심으로 이 문제를 덮고 있는 거라면, 이건 그런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충고 정도는 해주고 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고민 좀 더하시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역시 블칵이 젊은 회사이니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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