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

이명박 씨를 옹호하는 모든 글에 등장하는 두 가지 이야기가 청계천, 버스중앙차선,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서울시 예산 절감이더군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전제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명박 씨가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한 모든 일들이 그의 대선 행로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청계천 복원 같은 일을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끝마칠 이유가 없었죠. 버스 개편과 맞물린 교통 카드 혼란 같은 문제도 일정한 시간 내에 뭔가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어떤 강박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저의 가정일 뿐이지 그런 행위가 좋다거나 나쁘다는 판단은 이 글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서울시장 시절

거두절미하고 이 기사를 보시죠. 댓글을 통해 ViceRoy님이 이미 말씀하신 거지만 서울시 부채가 줄었다는 것은 일종의 착시 효과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이명박 씨가 위장한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 보면 그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순 없는거죠. 이명박 씨 재임 시절에 상당한 자산 처분이 있었다는 것도 참고해야 할 겁니다. 나아가, 이명박 씨 재임 시절 서울시의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을 비판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경제성장률 7%를 외치시는 분이 재임시절 서울시의 성장률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걸 보면 반대자들의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네요.

저는 경기도에 살기 때문에 중앙 차선을 이용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개는 평일 오후에 버스를 이용한 경험뿐이라, 저에게 중앙 차선은 매연과 땡볕을 피할 길 없이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비효율의 한 표본으로 느껴지더군요. 물론, 버스 중앙 차선이 필요했던 이유는 출퇴근 시간대의 엄청난 교통 체증이었다는 것 잘 압니다. 1차선, 경우에 따라서는 2차선까지 점유하며 사람과 차가 범벅이 된 풍경은 참 짜증나는 것이죠. 저도 오랜 세월 경험해서 잘 압니다. 사람을 도로 한 가운데의 섬에 가두고 중앙 차선의 운행 방향을 반대로 바꿔 차선을 넘나들지 못 하게 만든 중앙 차선제는 이런 풍경을 바꿔놓았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했다는 점에서 괜찮은 행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생각을 좀 더 진전시켜보죠. 서울의 혼란스러운 아침 풍경은 왜 발생했나요? 그 근본 원인은 서울에 집중된 사람, 회사, 문화 그런 것들일 겁니다. 드러난 비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씨를 찍겠다는 사람들을 양산한 어느 정부가 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이유가 이런 것들을 분산시키자는 것이었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 느리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것. 전 어느 것이 유능한 것이고 어느 것이 무능한 것인지 잘 판단이 안 됩니다.

청계천에서도 비슷한 혼란을 느낍니다. 제가 거주하는 곳은 안양천을 끼고 있습니다. 소박하게 복원된 하천이라 멀리서 보러 오는 사람들은 없지만, 오후가 되면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합니다. 자전거 도로도 있어 저는 그 길을 통해 인근의 여러 곳을 다니곤 한답니다. 제가 가서 본 청계천은 -아름답기는 했지만- 살아 있는 하천이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청계천을 거대한 분수라고 하더군요. 도심 분수의 효과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심미적인 위안을 주고 주위의 열과 먼지를 흡수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일면 타당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씨가 조급하지 않았다면 청계천이 연간 200억씩 세금을 잡아 먹는 분수 소리는 안 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제가 조급증이라고 부르는 것을 누군가는 추진력이라고 하더군요. 역시 판단이 아리송합니다.

모순 없는 판단

청계천이나 중앙차선제, 서울시 부채 절감 같은 것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면 참여정부의 여러 성과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수치적으로 분명한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환율 효과가 있지만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었죠. 수출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주가 역시 급등했죠. 기업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이 감소한 것도 주목할만합니다. 참여정부는 이 모든 것을 지표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빅트레인님은 이명박 씨의 몇 가지 주장-부채 감소 같은 건 증거조차 부실하죠-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참여정부에 대해선 '제한된 인력 풀, 반복되는 실수로 점철된 국정운영, 그러면서도 반성없이 실수를 반복하는 대통령 등 누가 봐도 실패가 분명한' 정권으로 평가하시네요. 전, 빅트레인님이 두 대상에 대해 동등한 기준을 적용했다면 이렇게 상반된 평가를 하실 수 없다고 봅니다.

빅트레인님과 같은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따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도덕성과 경제

우파는 정직성을 똥으로 봐도 되는 걸까요? 근본적으로, 경제적 우파라는 것은 시장의 기능을 신봉하는 집단입니다. 정부의 개입이 없어도-혹은 최소화하여도- 시장은 그 건전성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그런 가정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참여주체의 정직성입니다. 다른 말로 예측 가능성이죠. 이건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요즘 삼성 때문에 시끄러운데 말로는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 뒤로는 유력 인사들을 돈으로 구워 삶고 있었죠. 그게 삼성의 힘이고 성공의 한 원인이었다면 시장에서 경쟁이라는 것이 뭘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 분명합니다. 이명박 씨는 시장의 정직성이 현저하게 낮았던 시절의 성공 모델입니다.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기업이 죽고 살던 시절의 성공 모델이라는 거죠. BBK 관련하여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 정직성보다 이름과 인맥, 언론 플레이를 통한 성공을 추구했다고 보이므로 이명박 씨는 아직도-혹은 최근까지- 그러한 성공 모델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건전한 보수라고 믿는 사람들이 이명박 씨를 지금 시점에서도 지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너무 오랜 세월 동안 보수라는 집단이 부도덕했기에 사람들의 도덕적 감성이 무감각해졌기 때문이거나, 건전한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은 건전한 보수가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이명박이 재난인 이유

서울시장 재임 시절의 금융센터 계약 의혹과 같은 일이 국가적 규모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BBK 같은 일이 그의 친인척, 측근을 통해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까지 이명박 씨의 행적을 볼 때 전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 정직한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고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명박 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 한 사람의 힘은 아직도 대단한 것처럼 보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서울시장 재임 시에는 대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했겠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는 더 오를 곳이 없다는 겁니다. 5년 단임은 짧아 보이지만 뒤가 없는 사람이 큰 사고를 치기엔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사고를 처리하려면 그 몇 배의 시간이 걸릴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의혹 투성이에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십시오. 제가 우파라면 이런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권력을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장주의의 꽃이랄 수 있는 미국이 엔론 같은 부도덕한 기업에게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내년 쯤에 이명박 씨는 BBK 피의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불확실한 미래 자체가 시장주의자 입장에서 볼 때 일종의 변수죠. 그런 변수에 대통령이라는 직책까지 안겨 주는 건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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